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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고, 공기는 아직 차가웠다.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내리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어느새 익숙해진 풍경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오전에는 책을 조금 읽다가, 금방 한숨이 나왔다.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머릿속은 딴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 책을 덮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괜찮다. 꼭 생산적인 하루일 필요는 없으니까.
점심은 간단하게 해결했다.
어제 남은 반찬을 꺼내고, 밥을 데우고,
조용히 숟가락을 들었다.
혼자 먹는 밥이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해서 그런 걸까.
오후에는 가벼운 산책을 나섰다.
골목을 걷고, 조용한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창가 자리에서 노트를 꺼내 몇 줄 끄적였다.
딱히 대단한 글을 쓰려던 건 아니었다.
그냥 오늘이 나중에 떠올려도 좋을 날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나가는 생각들을 적어두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해가 살짝 기울어 있었다.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마음은 괜히 따뜻했다.
문득, 이런 평범한 하루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일 없는 하루가, 나중에 돌아보면 가장 그리운 날들이 되겠지.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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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일상의 순간과 내면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내는 작가입니다. 평범한 하루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선과 색으로 풀어내며, 작품을 통해 작은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자 합니다. 제 작업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삶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