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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쉬어가는 (간월재), 정인경, Acrylic on Canvas, 65.1*90.9cm, 2023 시원한 여름바람이 간월재를 넘느라 푸르른 나무와 풀 사이를 누비며 쉬어갑니다. 그 덕에 산객들 이마의 땀방울도 쉬어갈 수 있겠지요. 간월재는 가을 억새가 유명하지만, 저는 여름의 푸른 간월재도 참 좋습니다. 간월재 휴게소에 가면 '바람도 쉬어가는 간월재 휴게소'라고 쓰여있는데 그 말이 참 좋아 그림의 제목으로 붙여봅니다.
보랏빛나무: 풍경들은 자연 풍경의 사실적 기록이 아니며, 작가가 직접 경험한 기억 속 풍경을 불러온 흔적이다. 여행에서 본 자연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삶에 지쳐 쉬어 갈 때 숲과 나무를 찾아가는데 이때 본 풍경들이 흩어진 기억의 조각처럼 작품에 잔상처럼 남아있다. 넓은 들판에 우뚝 솟은 한 그루의 나무. 푸른 잔디 들판에 홀로 서있는 나무는 몽촌토성의 나홀로 나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한 그루 밖에 안되는 나무지만 긴 세월동안 누군가가 기대어 쉴 수 있는 공간이었고, 나무에 기대 트여 있는 들판을 보며 새로운 시작을 알립니다. 작품을 가득 메운 보랏빛은 이중적인 색이며 동시에 따뜻한 위로를 주는 색이다. 보라색이 정열의 붉은색과 음울하고 고독한 푸른색이 만나 이루는 색이기 때문에 복합적인 인간의 감성과 닮았다고 본다. 두 색이 흐릿하게 경계를 이루며 형성된 보라색은 작품에 몽환적인 감성을 부여한다.
삼삼춘몽 (滲參春夢) 滲 : 스며들 삼 參 : 참여할 참. 석 삼 春 : 봄 춘 夢 : 꿈 몽 제1의 뜻은 ‘서른 세살 나의 꿈 같은 봄’ 이다. 허나 음운은 ‘삼삼’이나 그 뜻은 ‘내 삶에 스며 들고 내가 나와 깊이 관계하여 꿈같은 봄들이 나에게 영위되고 있음’을 뜻한다. 서른 초반, 마음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중심을 잃으며 방황하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면, 엄마와 작가 사이에서 내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헤매던 나날들 이었다. 그러나 서른 셋의 봄, 나는 나를 마주 하듯 그렇게 그림을 다시 마주했다. 내가 기억하는 서른 셋의 봄은 찬란한 아름다움과 진한 향기가 가득한 날들 이었다. 매년 반복되어 특별하지 않을 법한 것들이 나에게는 마치 처음처럼 신비롭고 특별하게 다가왔다. 햇살은 유난히도 따스했고,바람은 속삭이듯 더 부드러웠다. 나무들은 푸르른 생기를 뽐내며 새싹을 틔웠고, 꽃들은 저마다의 색과 향기로 봄을 찬미했다. 모든 것이 마치 내 삶의 첫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새롭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 봄날들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면 깊숙이 숨겨진 열망을 발견했다. 캔버스에 담긴 색채와 형상은 내 영혼의 울림이었고, 붓질 하나하나가 나의 감정과 꿈을 표현하는 순간이었다. 서른 셋의 봄은 그렇게 내게 새로운 시작과 깨달음의 시간이었고, 잃어버린 중심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다. 그 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닌, 내 삶의 전환점이자 예술가로서의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찬란한 봄날의 기억들은 내 작품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며, 나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마치 내 삶의 첫 봄인것 처럼…
Amorphous Hemisphere, 2023 Yellow Mixed media 3*3*2.7" / 15*15*7cm *Frame not included / 프레임 미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