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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특별한 감정의 온도 공감과 위안을 그리는 최소정 작가의 그림 일기 2025.12.22
평범한 하루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의 순간들. 노을이 머문 저녁의 공기, 집 안에 고요히 내려앉은 시간, 말로는 붙잡히지 않는 마음의 결. 최소정 작가의 그림은 특별한 사건이 아닌 일상의 온도를 기록한다. 익숙하지만 쉽게 지나쳤던 감정들을 색으로 번역한 그림은, 저마다 간직한 기억을 조용히 건드리며 위안과 공감의 세계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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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 누구나 화면 속에서 감정을 연출하고, 감동을 소비한다. 하지만 그 모든 이미지가 마음에 오래 머무는 것은 아니다. 자극이 아닌 온기, 설명이 아닌 사색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최소정 작가의 그림은 바로 그 틈에 조용히 놓여 있다.

 

최소정 작가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장면을 붙잡는다. 노을이 내려앉던 저녁의 공기, 집 안에서 문득 마주한 풍경,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마음의 결. 그의 작업은 극적인 사건을 포착하기보다는, ‘일상 속 기분에 주목한다.

그래서 최소정 작가의 그림 앞에 서면 처음 보는 장면임에도 낯설기보다, 오래 알고 지낸 감정에 먼저 마음이 기운다.

그림의 서사보다 앞서는 것은 그림이 품은 감정의 온도다. 우리는 그 온기를 통해, 그림이 전하는 위안과 감동이 분명히 실재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기분과 감정을 표현하기까지, 작가는 어떤 시간을 지나왔을까.

흥미로운 점은 최소정 작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경영학을 공부하고 IT 업계에서 오랜 시간 서비스를 기획해온 그는, 고객 경험과 감정의 흐름을 설계했다. 화면 위에서 사용자의 마음을 상상하던 시간은, 자연스럽게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졌다. 말 대신 색으로, 보고서 대신 그림으로 감정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최소정에게 그림은 일기장에 가깝다. 일본에서 보낸 10여 년의 시간, 타국에서 혼자 지내며 쌓인 감정들은 어느 날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는 충동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게 시작된 작업은 특정한 장르나 형식보다, 일상의 감정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오일 파스텔은 감정을 쌓아 올리기에 적합한 매체다. 색이 겹쳐지면서 생겨나는 예상치 못한 조합은 감정의 표정 한층 깊이 있고 섬세하게 만들어낸다. 작품 속 흰색조차 하나의 색이 아니라 여러 색이 겹쳐 만들어진 결과다. 이 과정은 마치 감정을 되짚고 다독이는 수행처럼 느껴진다.

 

최소정 작가의 그림 곁에는 짧은 글이 함께 놓이곤 한다.(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은 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s.j_c.atelier)

그러나 그 글은 설명이 아니라, 그림이 태어난 자리의 온기를 전하는 기록에 가깝다. 감상자는 반드시 그 의미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잠시 머물다, 각자의 기억과 감정으로 그림을 완성해도 충분하다.

최소정 작가의 작업이 지향하는 것은 해석이 아니라 공감, 메시지가 아니라 온기다. 흰 눈이 내리는 겨울,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눈 앞에 둔 지금 최소정 작가의 그림이 유난히 따뜻하고 포근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특별히 그림을 그리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어요. 다만 어릴 때부터 화가나 디자이너를 꿈꿨고, 그 마음은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죠.
특히 일본에서 보낸 10년의 시간이 컸어요. 타국에서 혼자 지내며 느꼈던 감정들,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였고, 어느 순간 그 감정들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어요. 저에게 그림은 말로는 담기지 않는 마음을 붙잡는 일기장 같은 존재예요.

 

일상의 순간과 내면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작업 방향은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그저 예쁘다고 느껴지는 장면들을 그렸어요. 영화의 한 장면이나 풍경, 오래된 사진도 옮겨 그렸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계속 손이 가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표정, 노을이 지던 순간, 집 안에서 마주한 조용한 풍경들요.
결국 제 작업은 일상 속 감정의 순간을 기록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왔어요. 지금도 여전히 탐색 중이지만, 큰 틀에서는 그 흐름 위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가족, 사랑>

 

오일 파스텔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오일 파스텔은 색을 쌓아갈수록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만들어져요. 거칠게도, 아주 부드럽게도 표현할 수 있고요. 감정을 표현하기에 가장 잘 맞는 매체라 자연스럽게 손이 갑니다. 하나의 재료에만 국한되지는 않지만, 오일 파스텔이 주는 질감과 깊이는 제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작가님만의 오일 파스텔 기법이 있다면요?

하나의 색으로만 표현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흰색을 칠할 때도 여러 색을 겹쳐 새로운 흰색을 만듭니다. 오일 파스텔은 색들이 종이 위에서 부딪히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그 예측 불가능함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풍경> 

 

그림과 함께 기록되는 글이 인상적이에요. 글과 그림 작업 중 어떤 것이 선행되나요?

작품마다 달라요. 어떤 날은 문장이 먼저 떠오르고, 그 문장이 그림의 시작이 되기도 해요. 반대로 그림을 먼저 그리고 나서 그 감정을 글로 남기기도 하고요. 하지만 공통점은 늘 감정이 먼저라는 점이에요. 그림과 글은 그 감정을 남기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사진이나 짧은 메모를 남겨두었다가 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작품 속 장면들은 실제 경험에 기반한 것인가요?

대부분은 실제 경험이나 장면에서 출발해요. 다만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그 순간의 감정을 기준으로 재구성합니다. 그래서 현실보다 더 부드럽거나, 더 따뜻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현실의 복제라기보다 감정의 온도를 번역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Paris 여행>

 

색감이 특히 인상적인데, 색은 어떻게 선택하나요?

색감은 대부분 창작이에요. 실제 장면의 색을 참고하기도 하지만, 감정에 따라 재구성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요. 저는 색을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해요. 장면을 설명하기보다, 마음을 전달하는 방식이죠. 그래서 색은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정체성 중 하나입니다.

 

작품이 감상자에게 어떤 존재로 남기를 바라나요?

그림이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감상자가 꼭 제가 의도한 의미를 느끼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림 앞에서 어떤 감정이든 떠오르고, 잠깐이라도 따뜻한 온기가 스며든다면 충분합니다. 각자의 경험으로 완성될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작업이기를 바랍니다.

 

 

<자아>

 

지난 1년의 작업을 돌아본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 안에 오래 쌓였던 감정과 기억들이 그림으로 흘러나온 시간이었어요. 많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었고, 그림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경험은 큰 용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빛과 계절, 여정의 순간들을 더 확장해 조금 더 깊은 서사를 가진 작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PROFILE

최소정(b.1994)
경영학을 전공하고 IT 업계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활동해왔다. 일상의 순간과 내면의 감정을 오일 파스텔을 중심으로 표현하며, 그림과 글을 통해 감정의 온도를 기록한다.

평범한 하루 속에서 발견한 감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