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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은 선명하게 파랗거나 붉지 않은, 그 사이의 색으로 여러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 또한 보라색은 겉으로 화려해 보여도 속으로는 꿈꾸듯 보드랍고, 고귀한 감성적 느낌 속에서도 우울함과 외로움을 상징한다. 이우현의 작품은 보랏빛 한 색으로만 뚜렷한 경계 없이 모호한 형체로 풍경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여러 겹 채워진 면들이 깊고 무게감 있는 덩어리처럼 표현되며 높은 밀도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이우현의 보랏빛 풍경의 작품은 해가 진 후이자 해가 뜨기 전 새벽 풍경 속에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바쁜 일상 중에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쉼'이라는 기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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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새 삶의 전야제다. 그에 장례는 어쩌면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앞으로의 모험을 응원하는 값진 이벤트다. 그렇다고 죽음을 지향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인간은, 아니 모든 생명은 죽음을 ‘지양’하는 성래가 있기에, 영원을 꿈꾸기에, 무한히 번식하고 번영하고 서로를 계몽한다. 인간은 죽음을 지양하지만 죽음은 모든 생명을 사랑한다. 그래서 우리의 성장을 응원하며 가장 나중에 우리에게 온다. 지금은 이 삶 직전의 일은 내 기억에 없지만 아마 태어났을 때, 그리고 말을 할 줄 알기 전까지는 기억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입이 트이면 발설할 수 있으니 아마 그즈음 기억은 부러 서서히 사라져 갔을 수도. 원래 ‘핵심’이란 건 평생 쓰일 수 없는 것이어서, 뭘 잘 모르는 가장 처음에, 그리고 더 이상 쓸모없게 될 가장 나중에 다가오는 것. 지금까지의 삶을 톺아보면 원하지 않지만 맞이해야 하는 순간들이 나를 문턱에 서게 하고 문턱을 넘어가게 하였다. 내가 원했던 것은 항상 원치 않았던 것을 뚫고 해쳐 나왔을 때 그곳에 있었다. 원하는 것은 원치 않는 것을 앞세워 나에게로 온다. 따라서, 내게 오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희망이고 유쾌함이라. 제 딴에 슬픔인 척, 위기인 척, 고통인 척 해도 나는 그것이 즐거움의 노림수란 걸 익히 알고 있다. 이것은 결코 그 ‘핵심’이란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을 얻으려 발버둥 치는 중에 오는 힌트이고 단물일 것. 이거라도 감사히 받들어 나아가자. 그러다 어느덧, 나도 모두처럼 그렇게도 지양해 오던 죽음 앞에서 가장 깊어지겠제. #방석영 #방석영작가 #방석영씨어터 #bangtheater #bangseokyeong #韶效 #일러스트 #illustration #painting #inkdrawing #writer #탄생 #birth #터널 #tunnel #오후의달 #afternoonmoon
with Gallery Belle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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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의 달(形象之月)>🌕 나는 오래전 자갈치 시장에서 만난 여인들에게서 삶이 얼마나 강렬하고 생동감 있게 피어나는지를 처음 보았다. 그녀들의 모습에는 시간을 지나오며 축적된 생의 힘이 고요하지만 강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긴 시간 그 삶에서 피어난 ‘형상’을 그려왔다. 그것은 인물의 초상이 아니라 시간이 쌓여 만들어낸 생의 온기였다. 달항아리를 마주했을 때, 그 형상은 내게 달처럼 느껴졌다. 항상 떠 있지만 때마다 모습이 달라지고, 보이지 않아도 빛을 머금고 존재하는 달처럼, 삶의 형상도 그렇게 조용히 발현된다. 그래서 이제 여인의 형상은 내게 삶이 만들어낸 “형상의 달”이다. 삶이라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빛, 지나간 것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에너지. 그 달을 달항아리 속에 담는 것은 삶의 에너지를 복의 공간으로 옮기는 일이다. 달항아리라는 또 하나의 달 속에서 삶의 형상은 다시 빛을 띠며 하나의 순환을 완성한다. 2025년 20호 (72.7 × 60.6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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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에 담은 나의 감정들과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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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인 도시로부터 오는 개인의 섬세한 감정과 서사를 추상회화로 표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