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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아래, 조용한 숨고르기 초록불이 켜졌지만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 머물러 있다. 깜빡이며 재촉하는 불빛 앞에서 조급한 마음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비록 다시 멈추게 되더라도 괜찮다. 소란한 도시의 빛 아래 노란 물고기들이 천천히 헤엄친다. 흐릿해진 감정들도 그 속에서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간다. 노란 바닥 위, 조심스럽게 놓인 보호받는 마음 하나. 다급하게 깜빡이는 신호마저도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짧은 숨 고르기일지 모른다.
마음의 파도
수평으로 길게 펼쳐진 들판 위, 화면 왼쪽 아래에 가까운 자리에서 한 그루의 둥근 나무가 짙은 보랏빛으로 응축되어 서 있다. 하단의 땅은 보라와 남보라, 미세한 분홍빛이 뒤섞인 결로 채워져, 풀잎 하나하나가 아닌 감정의 떨림을 쌓아 올린 듯한 밀도를 만든다. 그 위로 완만한 언덕이 한 번 굽이치며 수평선을 이루고, 나무는 그 경계선에 걸터앉아 마치 하루와 하루 사이, 안과 밖 사이를 지키는 작은 표식처럼 자리한다. 하늘은 아래로 갈수록 옅은 블루로, 위로 갈수록 보랏빛이 스며드는 그러데이션으로 펼쳐져 있다. 붓질의 방향과 농도가 미세하게 달라지며, 한 번에 정의할 수 없는 시간대를 만든다. 새벽도, 해질녘도 아닌 그 사이의 순간, 아직 말이 생기기 전의 감정이 머무는 틈 같은 시간이다. 오일 물감 특유의 부드러운 번짐과 얇게 겹쳐진 레이어는, 이 풍경이 실제의 하늘이라기보다 기억 속에서 서서히 떠오른 장면임을 암시한다. 둥근 수관은 단일한 실루엣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짧고 촘촘한 붓질이 겹겹이 쌓여 작은 점과 선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안에는 고요함과 약간의 쓸쓸함, 그리고 쉽게 언어로 꺼내지 못한 마음의 무게가 함께 머문다. 나무 아래로 드리운 짧은 그림자는 땅과 하늘, 현실과 내면을 잇는 얇은 다리처럼 보이면서도, 언제든 그 경계를 풀고 다른 차원의 풍경으로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이 보랏빛 풍경은 특정한 계절이나 장소를 가리키지 않는다. 다만 하루의 끝과 시작이 맞닿는 지점에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어떤 순간의 감각을 붙잡고 있다. 화면 앞에 서면 시선은 자연스레 나무의 둥근 형상에 머물다가, 다시 넓은 하늘과 들판으로 흩어진다. 그 반복 속에서 관람자는 어느새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한 조각의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설명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이 천천히 떠오르는 자리에서 이 보랏빛날과 마주하게 된다.
고산수식 정원을 보면 하나의 큰 바위를 두고, 그 주위를 동그랗게 선을 긋는다. 큰 바위는 섬을 의미하고, 그 주위의 선들은 섬에서 퍼져나가는 물결을 의미한다. 정온의 바다는 그 형태에 착안하여 작업한 그림이다. 자신의 내면을 우린 바로 눈앞에서 보듯 선명하게 보진 못한다. 한겹의 레어어가 씌어진 것처럼 희미하게 보일 때도 있고, 때론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중심의 섬은 ‘나’를 의미한다. 내 안에서 일렁이며 존재하는 그것들을 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물결의 선들을 통해 조금씩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