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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a 4, 33.4×53cm, oil on canvas, 2024
<장인을 만나다.>
우리 아이들이 즐겨가는 도서관에는 작은 카페가 있다. 사장님은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시고, 카페 벽에 아이들의 사진을 전시하여 본인 사진은 언제든 찾아갈 수 있게 해주셨다. 마침 우리 아이들도 찍어놓은 사진이 있다길래 앨범을 뒤져서 찾아가려는 찰나에 사장님과 잠깐 카메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반갑게도 어디서 쉽게 만나기 힘든 감성의 펜탁스를 쓰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앨범 속 아이들의 웃는 모습들이 담긴 결과물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에, 최근까지도 소니 카메라를 사야 하나 고민을 했던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 왔다. 심지어 최근까지 쓰던 카메라 바디가 사망해서, 전에 쓰던 기종보다 오래된 보급기를 중고로 사서 찍는다고 하니 장인은 장비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실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한때 나도 카메라를 아버지가 쓰던 펜탁스 미수퍼로 시작하고, 현재 장롱에 박아 놓은 카메라도 펜탁스 k-5ii인데, 멀쩡한 장비를 놔두고 새 물건을 생각한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그래서 모처럼 카메라를 꺼내서 단렌즈로 아이들을 찍고 셀피로 인화를 해보았다. 너무 만족스러웠다. 이제 사진기에 제법 포즈도 취할 줄 아는 나이가 되어버린 아이들을 찍을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현재 야외 인물렌즈를 사기 위해 중고장터에 잠복 중이다. 생각보다 중고렌즈 값들이 싸지기도 했고, 카메라를 처음 쓰던 시절보다 경제적인 상태가 나쁘지 않아서, 나타나기만 하면 당장 사버리고 싶은데, 지방이라 직거래가 어렵고 원하는 물건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애가 타서 죽겠다.
요즘 하늘도 그렇고, 일상에서 보이는 멋진 풍경을 핸드폰으로 찍는 것에 대해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어찌 되었든 무겁지만 값진 즐거움을 찾기로 했다. 그렇다 DSLR은 매우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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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2.12.(화)-24.(월)/Gallery hoM
비행운을 통해 삶의 궤적을 그리는 작가 허정록입니다.
Instagram: @urbanpainter_r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