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경의 그림은 몇 가지 도상을 특유의 색채로 마감된 배경 앞에 위치시키면서 모종의 이야기 그림을 구성한다.
따라서 그림이 상당히 압축되고 정리된 상태에서 간결한 서사를 낭만적 이고 감성적으로 기술한다.
이야기 그림에 유사한 이 작업은 그래서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잘 편집된 도상으로 응고 된다.

그러나 그림은 이야기 자체를 친절하게 보여주려는 것이 목적이 라기보다는 회화 자체의 맛, 그림을 이루는 모든 표현 효과들이 전면적으로 활개를 치도록 허용하면서 그것들이 이루는 우발적이고 자연적인 추이를 적극 용인하는데서 오는 매력에 기댄다.

그림이 그림 자체로 더욱 자연스럽게 흔들리도록, 굳이 특정한 이야기의 친절한 전달에 앞서지 않으면서 비현실적인 장면과 몽환적인 환영과 언캐니(urcanny)한 감각 그 자체를 극 대화하는 쪽으로 '죽죽' 밀고 나가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 박영택 평론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