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은 모든 것을 붉게 집어삼킨다.
도시의 찬란함도, 사람들의 발자국도, 하루의 소란도 그 아래에서 서서히 사라진다.

파리가 가진 화려한 얼굴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고요한 시간을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불빛도,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도 배제한 채
그 도시를 하나의 ‘기억’처럼 담고 싶었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파리가 아니라, 시간을 지나 마음속 어딘가에 고여 있는 정지된 풍경처럼.

해가 지는 순간, 도시의 숨은 느려지고,
수백 번 반복되었을 일상의 풍경은 이상하리만치 낯설게 다가온다.
그 익숙함 속의 낯섦, 바로 그 감정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