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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모든 날들이 밝고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작가로서 그림을 그리며 수많은 고민과 걱정에 휩싸이곤 한다. 특히 전시를 앞두고는 무사히 치러낼 수 있을지, 많은 분들이 내 그림을 봐줄지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이런 고민을 어머니께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내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손을 꼭 잡아주시며 “잘돼도, 잘 안돼도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 네가 행복하게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순간, 커다란 산이 나를 감싸는 것처럼 느껴졌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벼워졌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처럼, 어머니의 사랑도 변함없이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그 순간 느낀 안정감과 편안함을 표현하고자 ‘산’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품 속의 산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내 마음속의 산이다. 내 기억 속에 있던 수많은 산들을 겹치고 겹쳐 나를 지켜주는 견고한 산맥을 만들었다. 한 겹 한 겹 산을 그리며 어머니의 말씀을 되새기고, 나 역시 이러한 믿음과 사랑을 줄 수 있는 내면이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작품에 사용된 ‘자개’는 할머니 댁에서 본 자개장에서 착안한 것으로, 오래도록 존재해온 사랑을 의미한다. 자개장은 할머니에게도, 어머니에게도, 그리고 내 기억 속에도 존재하는 매개체이다. 수십 년간 전해져 온 이 자개장처럼 어머니도 할머니로부터 견고한 사랑을 받아왔기에, 나 역시 어머니로부터 그 사랑이라는 유산을 물려받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라는 말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 과거에도 존재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산처럼, 어머니의 사랑 역시 시간을 초월하여 존재할 가치가 있기에 이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관람객분들께도 내가 느꼈던 편안함과 안정감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이 작품이 힘과 위안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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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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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 for new 구멍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익숙하던 세상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공간 파티션입니다. 720*650*1830mm
'정온'은 고요하고 평온하다는 뜻의 단어로 제가 작업이라는 수행 방식을 통해 다다르고자 하는 곳입니다. 고산수식 정원의 형태를 모티브로 이어나가는 작업으로 검은색을 사용한 단색화입니다. 저에게 검은색은 가장 고요한 색입니다. 어떠한 색을 넣어도 그 어두움은 큰 변함없이 잔잔하게 그 색을 유지하듯이 어두움이야말로 이곳 저곳 흔들리지 않고, 물들지 않고, 그저 물결에 나를 떠 맡기듯 잔잔하게 떠다니는 고요함을 줍니다. 그리고 그 물결에 내면의 상념들을 흘려보내도 변함없이 그대로 포용하고 그 평온함을 유지해줍니다. 그렇기에 검은색이야말로 나에겐 가장 평온한 색으로 다가옵니다. 나의 작은 정원을 바라보고, 몰입하고, 그림과 소통하며 고요함과 평온함이 관람자에게 닿아 자신만의 사색의 시간을 통해 내면의 그릇을 비워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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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ouched,2022
series 4 _ straight glass 40x10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