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감각 (공간감각)

‘기(器)’는 언제나 무언가를 담는 그릇으로 존재해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라보는 ‘기’의 본질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비어 있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조형적 가능성에 있습니다. 건축에서 ‘창’이 빛을 끌어들이며 내부와 외부를 잇는 통로가 되듯, 제 작업 속의 창은 내부 공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닫힌 형태 속에 또 하나의 길을 엽니다. 이번 전시 〈공간 감각〉에서는 빛과 그림자에 더해 ‘종(鐘)’이라는 매개를 통해 소리의 울림이 공간을 확장시키는 경험을 시도합니다. 형태 속 종은 소리의 근원이자, 존재하지 않는 순간에도 울림을 상상하게 하는 매개체입니다. 그 여운 속에서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경계를 넘어, 감각의 층위로 확장됩니다. ‘기’는 이제 담는 그릇이 아니라, 빛과 소리, 그리고 감각을 담는 존재로서 조용히 우리 곁에 머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