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아샴의 이번 전시는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관람자 스스로 시간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다. 고대 조각의 형태를 빌려오되, 그것을 현대의 물성과 기술로 재해석함으로써, 익숙한 형상에서 낯선 감각이 피어난다.
‘픽셔널 아카이올로지’라는 작가의 개념은 이번 전시에서 유독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현실과 허구, 현재와 과거 사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작업들은 마치 우리가 잊고 지냈던 기억의 층위를 다시 꺼내 보여주는 듯하다.
무엇보다 실제로 작품 앞에 서야 느낄 수 있는 재료의 물성, 그리고 공간 안에서의 무게감은 아샴 작업의 핵심이다. 온라인 이미지나 아카이브로는 결코 포착되지 않는 미묘한 균열과 재료 간의 긴장감이 이 전시의 가장 큰 볼거리다.
조각, 회화, 드로잉이 유기적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개인전이 아니라 일종의 ‘시간의 무대’처럼 느껴진다. 고전미, 해체적 구성, 고고학적 상상력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이 전시는, 감각보다는 ‘지각’을 자극하는 쪽에 더 가깝다.
작가의 세계관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다니엘 아샴 : 기억의 건축
2025.07.10 - 2025.08.16 • 리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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