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의 시에서 시작된 한 폭의 위로, 김정연 작가 신작 공개
〈울음이 터지려고 할 때 꽃은 핀다〉는 감정의 극한에 놓인 인간의 내면과 그로부터 피어나는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한 회화 작품이다. 화면 중앙에 자리한 얼굴 형상은 과장된 눈과 입, 분홍빛 홍조와 푸른 눈물방울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둘러싼 수많은 꽃과 잎, 원색의 자유로운 터치는 자연과 감정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작가는 눈물의 형상을 단지 슬픔의 기호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눈물은 생명의 전조이자 치유의 시작이며, 외부로 분출되는 감정의 물리적 증거로 제시된다.
작품의 제목은 정호승 시인의 시구에서 차용되었다. “울음이 터지려고 할 때 꽃은 핀다”는 문장은 인간이 가장 연약하고 무너질 듯한 순간에야말로 새로운 아름다움이 싹튼다는 시적 진실을 담고 있다. 이는 곧 감정의 파열과 재생의 동시성, 고통과 희망의 역설적인 공존을 말하며, 이 작품 역시 그런 순간의 미묘한 진동을 포착하고 있다.
인물의 얼굴은 한 개인의 초상이기보다는 감정을 품은 자연 그 자체로 확장된다. 배경에 얽힌 꽃과 색채는 인물의 머리카락이자 생각이며, 내면에서 피어난 감정의 흔적이다. 이처럼 작가는 인간의 심리를 추상적 요소와 상징을 통해 그려내며, 이를 통해 회화는 단순한 형상이 아닌 감각의 풍경으로 변모한다.
〈울음이 터지려고 할 때 꽃은 핀다〉는 인간의 나약함을 숨기지 않되, 그 나약함 속에서 피어나는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이 작품은 감정을 통과한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와, 그로부터 피어나는 생명의 찬란함을 정직하게 말하고 있다.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