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차분 작가입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개인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흔적의 빛’
전시 장소 : 더현대 서울 2층, PBG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전시기간:2024년 12월 13일(금) ~ 2025년 1월 2일(목)
떨리는 마음으로 개인전 소식을 전합니다. 여전히 부족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관람자분들께 위로와 기쁨이 전해지길 소원합니다.
지금까지는 날카로운 표면의 집들을 깎아내서 다듬는 형태의 것을 보여드렸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깎아내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집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내면의 정제되지 않고 예민하게 날 선 모습을 보여준 적 없이 바로 다듬어낸 작품만 보여드리게 되니 중간을 건너뛴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너무 날카로워서 누군가 다칠까 하여, 너무 과한 것은 잘라냈다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작품을 관람하시면 더 좋을 듯합니다.
멀어서 오지 못하시는 분들도 마음으로 응원해주시고 함께 기뻐해 주실거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번 겨울도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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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담는 그릇, 삶을 짓는 시간들
홍경한(미술평론가)
“집을 캔버스에 표현하는 것보다 짓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는 것은 조형적 건축성과 맞닿는다. 이것은 집의 외형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을 구체화하는 행위다. 시각적 재현이 아닌, 집을 구성하고 쌓아 올리며 계획하고 세워나가는 표현방식의 문제를 일컫는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보다 눈에 띄는 건 시각화의 과정(작가의 말에 의하면 “캔버스 위에 집의 기초를 놓는 몇 가지 작업 과정”)에서 발견되는 어떤 마주함이다.
작가의 설명을 종합하면 딱딱하게 굳어버린 안료 덩어리를 칼로 자르고 도려내는 (작업)과정은 과거의 상처어린 기억들 작가는 집을 “늘 안정과 불안이 뒤섞인 데다, 변덕이 들끓는 불완전한 장소였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때의 환경이 장성한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현재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며 “과거의 기억들과 갖가지 번뇌로 괴로울 때마다, 그 반추의 산물들은 나의 내면에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있었다.”고 작가노트에 적었다.
과 접하는 것이다. 그 굳어버린 물감 뭉치를 힘주어 깎아내는 시간은 잊히지 않던 모난 것들을 거세하는 행동이다. 그러면 투박하고 각진 것들은 동그래지고, 동그래진 만큼 불안과 공포는 사라진다. 그렇게 작가는 집을 설계하고, 그리고(짓고), 삭제하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서서히 치유된다.
- 평론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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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늘 안정과 불안이 뒤섞인 데다, 변덕이 들끓는 불완전한 장소였다. 그때의 환경이 장성한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현재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과거의 기억들과 갖가지 번뇌로 괴로울 때마다, 그 반추의 산물들은 나의 내면에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있었다.
캔버스 위에 두텁게 물감을 얹혀서 모양을 만든 입체적인 집들은 의도치 않게 그 모양이 매우 날카롭게 굳어져 있다. 그 날카로운 덩어리들을 가위로 잘라내고 조각도로 깎아낼 때, 손은 물론이고 캔버스 천까지 찢어내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날카롭게 굳어있는 집들이 나의 내면과 닮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끊어내지 못했던 과거의 고통.... 캔버스 앞에서 불안한 내면과 독대하며, 덩어리를 도려내는 작업은 어린 시절의 집을 캔버스 위에 투영시킨다.
의도적으로 반추하며, 구석에 박혀있는 무의식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집이라 생각하며 해체시킨다. 그리고 물질적인 집이 아닌, 정신과 내면에 참된 집이 완성될 때까지 나의 집을 지어 나가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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