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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새 삶의 전야제다. 그에 장례는 어쩌면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앞으로의 모험을 응원하는 값진 이벤트다. 그렇다고 죽음을 지향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인간은, 아니 모든 생명은 죽음을 ‘지양’하는 성래가 있기에, 영원을 꿈꾸기에, 무한히 번식하고 번영하고 서로를 계몽한다. 인간은 죽음을 지양하지만 죽음은 모든 생명을 사랑한다. 그래서 우리의 성장을 응원하며 가장 나중에 우리에게 온다.
지금은 이 삶 직전의 일은 내 기억에 없지만 아마 태어났을 때, 그리고 말을 할 줄 알기 전까지는 기억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입이 트이면 발설할 수 있으니 아마 그즈음 기억은 부러 서서히 사라져 갔을 수도. 원래 ‘핵심’이란 건 평생 쓰일 수 없는 것이어서, 뭘 잘 모르는 가장 처음에, 그리고 더 이상 쓸모없게 될 가장 나중에 다가오는 것.
지금까지의 삶을 톺아보면 원하지 않지만 맞이해야 하는 순간들이 나를 문턱에 서게 하고 문턱을 넘어가게 하였다. 내가 원했던 것은 항상 원치 않았던 것을 뚫고 해쳐 나왔을 때 그곳에 있었다. 원하는 것은 원치 않는 것을 앞세워 나에게로 온다. 따라서, 내게 오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희망이고 유쾌함이라. 제 딴에 슬픔인 척, 위기인 척, 고통인 척 해도 나는 그것이 즐거움의 노림수란 걸 익히 알고 있다. 이것은 결코 그 ‘핵심’이란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을 얻으려 발버둥 치는 중에 오는 힌트이고 단물일 것. 이거라도 감사히 받들어 나아가자. 그러다 어느덧, 나도 모두처럼 그렇게도 지양해 오던 죽음 앞에서 가장 깊어지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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