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 시리즈는 꽃의 형태보다, 꽃을 바라볼 때 마음에 피어나는 감정과 기억에 더 깊이 주목하는 작업입니다. 이 시리즈 속의 꽃은 더 이상 식물학적 재현이 아닌, 내면에 남겨진 잔상처럼 다가옵니다. 형태는 의도적으로 단순화되고 추상화되어, 시각적인 화려함보다는 감정의 결을 담는 그릇이 됩니다. 색은 마음이 흔들릴 때의 진동처럼 번지고, 선은 말하지 못한 감정의 방향을 따라 흐릅니다.
이 작업에서 저는 꽃을 보며 느꼈던 아주 개인적인 순간들을 천천히 떠올리고, 그때의 공기, 온도, 침묵 같은 것들까지 작품 안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어떤 꽃은 어릴 적 놀이터 담장 옆에서 우연히 마주했고, 어떤 꽃은 엄마가 장을 보며 들고 온 작은 꽃다발 안에 숨어 있었으며, 또 어떤 꽃은 낯선 여행지의 찻집 창문 너머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꽃은 존재한 적 없는, 하지만 그리움 속에서 자라난 상상 속의 꽃이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꽃들은 현실과 기억, 사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눈으로 보았던 꽃이 아니라, 마음에 남아 있던 그 꽃. 피어 있던 장소가 아닌, 피어나던 감정의 순간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이 작업은 형태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어떤 장면을 조용히 꺼내어 놓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왜 이렇게 다양한 꽃을 사용하는가에 대해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어떤 꽃은 오래전 잃어버린 사람의 온기를 닮았고, 어떤 꽃은 끝내 말하지 못한 감정을 대신 품고 있습니다. 또 어떤 꽃은 아직 만나지 못한 나의 한 조각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마음속의 여러 순간과 감정들이 꽃이라는 형태로 피어나,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엮입니다.
Flower 시리즈는 말이 없는 감정들을 위한 언어입니다. 복잡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의 파편들을, 익숙한 꽃의 형상을 빌려 표현하고자 합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부터, 서양의 낯선 식물들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사용하는 이유는 감정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입니다. 익숙함은 기억을 건드리고, 낯섦은 새로운 감정을 끌어올립니다.
결국 이 작업은 보는 이의 마음속에 머물러 있는 아주 오래된 감정을, 아주 조용히 흔들어 깨우는 꽃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감정이 아름다워도 좋고, 서글퍼도 괜찮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꽃은 더 이상 대상이 아니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이자 기억의 조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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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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