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연 작가의 《Sap Green.N001》은 반복된 붓 터치와 점의 배열을 통해 감정의 진폭과 시간의 밀도를 담아낸 회화적 구성이다. 흰색의 질감 있는 배경 위에 깊이 있는 녹색 점들이 촘촘히 박혀 있으며, 각 점은 마치 감정의 흔적처럼 서로 닮아 있으면서도 완전히 같지 않다. 작가는 이 작업에서 단순한 반복이 주는 미니멀한 질서 위에, 붓의 속도와 압력에 따라 달라지는 밀도와 잔향을 함께 보여준다.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터치는 구체적인 형태를 지우는 대신, 사유의 흐름과 내면의 리듬을 드러내는 형식으로 작용한다. ‘Sap Green’이라는 색상은 자연에서 유래한 안정된 감정을 상징하며, 차분한 녹색의 반복은 시선을 천천히 움직이게 하면서 감각적으로 정제된 몰입을 유도한다. 이 작품은 작가가 감정을 기록하는 방식이자, 하나의 시각적 호흡이 구성되는 회화적 드로잉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