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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채우다보니, 벌써 이렇게 늘어나버렸네"
[작가노트]
그날 하루 평범하게 지나가는 나날들이 쌓여가며 무난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그 순간뿐이라 소중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며 지냈다. 그러다 문득, 내가 기록하지 않은 과거를 떠올릴 때, 흐릿한 잔상만 떠오를 뿐 선명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경험했다. 기억이라는 건 시간이 흐르면 점차 빛이 바래 흐릿한 인상만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지금’이라는 건 다시 오지 않기에 특별하고, 미래에 한번은 그리워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는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해온 일기 쓰기와 핸드폰으로 간간이 사진과 문장으로 나의 일상을 수집했다. 이를 들여다보면, 무엇을 기억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붙잡아두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기에...
하늘에 수놓아진 구름과 내리쬐는 빛, 풀, 흐른 시간이 그대로 간직된 장소, 물건에 가슴에서 무언가 몽글몽글 피어나는 감각을 느낀다. 시선이 멈추고, 이 순간을 한 번쯤 그리워할 거 같을 때 사진을 찍어 수집했다. 이를 토대로 화면엔 구름이 주인공이 되기도 배경이 되기도 하며 등장한다. 불어오는 바람, 온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멈춰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며 흘러가는 구름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이 사람의 인생 같았다. 그래서 매 순간 직면해야만 하는 수많은 상황과 그에 놓이는 나를 구름에 투영했다. 그리고 점차 희미 해져가는 외부에서 온 자극들을(정보, 감정, 느낌, 생각) 이미지화해서 넣는다. 현실적이기도 비현실적이기도 한 풍경은 나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문틈이다. 붙잡고 싶은 순간을 기록하는 과정 속에서 외부에 집중하면 현실적인 풍경이, 내면의 감각적인 요소들이 커질수록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구름과 퇴색되어가는 감각의 조각들이 등장하는 세계는 먼지가 폴폴 날리는 것만 같은 세월의 그리움을 더해 과거의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언어가 아닌 그림으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수집하고 전하는 ‘기록자’가 되기로 했다. 미래의 나에게 혹은 나와 같은 걸 느낀 사람들에게 우리가 살아온 환경, 성격, 모든 게 다르더라도 같은 것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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