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중 의도치 않은 실수가 벌어졌다. 계획했던 것보다 스프레이는 더 많이 흘러내렸고, 특정 부분만 스프레이가 뭉쳐 두툼해지고 일정한 표현이 망가졌다.

또 하나의 작품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차분하게 작품을 바라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실수라고 생각한 부분은 돋보여서 작품의 포인트가 되었고,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도 높아졌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완벽주의를 갈망하는 강박증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아티스트로 살아가며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증. 이런 강박증은 작품으로 이어져, 나는 작업에 있어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몇 차례 실수하고, 자책하고, 실수하고, 자책하는 과정을 겪다 보니 내가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실수나 나의 못난 모습들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아?’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부터는 실수하는 일이 두렵지 않았다. 눈을 감고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내가 사용하지 않는 왼손으로 물감을 칠한다거나 평소에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과감하게, 나의 사랑스러운 실수들로 작품을 채워나갔다.

그림이 어떻게 완성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했지만 오히려 과감한 재료 사용으로 생기는 질감과 색감, 즉흥으로 터져 나오는 자유로움에서 나는 영감을 얻었고, 이제 나의 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Lovely Mistak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