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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인간(호모 사케르)이란 경계로부터 버려진 존재, 껍질 없는 소라이면서 우주에 던져진 아이이기도 하다. 속했던 곳으로부터의 방임은 빠지면 구조될 수 없는 크레바스이며 위태로움을 반드시 동봉하는 강제적 자유이다.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세계는, 이쪽이나 저쪽에 속하지 않아도 단지 존재로써의 인간들이 서로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곳일 수 있다. 그곳은 그저 낭만적 시안이 아니라 굉장히 아래에 있는, 소리 없이 거대한, 그러나 가벼운 모습으로 우리의 곁에 있을 수 있다. 우리의 일상, 개개인의 순간순간에 있을 수 있고 변화 없는 것에 있을 수 있다. 낭만이나 분노, 슬픔, 환희와는 거리가 먼 평정 안에 숨어있을 수 있다. 그곳에서 시가 만들어지고 집단 아닌 개인의 이데올로기가 숭고로워진다. 인간이 회귀해야 할 그곳은 짐작건대 받들고 잇고 융하는 기품을 갖춘 곳이니, 어쩌면 둥그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곳을 수소문하는 이에게 고맙게도 여기저기 크고작은 존재들이 어렴풋한 안내자가 되어 그것의 단서를 제공한다. '욕심 없이' 바람에 몸을 맡기는 민들레 씨앗은 그곳을 닮았을까. 할아버지의 험준한 광대와 웅숭깊은 볼홀, 저보다 힘차게 앞질러 걷는 나를 '아무 마음 없이' 바라보는 눈은 그곳이라 할 수 있을까. 무어든 경계 없이 향유하고자 하는 광야의 푸름이 그곳과 같을까. 나는 어디에 속하지 않아도 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읽고 걷고 취(醉)하는 것을 꼽는다. 읽음으로써 일상의 특별함을 발견하고 걸음으로서 일상의 희소함을 되새기며 흠뻑 취함으로써 일상의 근력을 증진한다. 특히 취함이란 자신이 추구하거나 목표하는 무언가를 향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진득하게 다가가는 것이다. 자신의 5년, 10년을 반복이라는 윤슬에 기꺼이 맡기는 것이다. 나와 너의 작은 노력 안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세계는 숨어있다. *<호모 사케르>, 조르조 아감벤 #방석영 #방석영작가 #방석영씨어터 #bangtheater #bangseokyeong #bangseogyeong #韶效 #일러스트 #illustration #painting #inkdrawing #kart #Rec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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