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내가 꾸준히 탐구해온 작업의 핵심 이미지이자, 사람 그 자체를 상징한다.
집은 단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삶의 기쁨과 고민, 성장과 관계가 오롯이 담긴 개인의 내면 공간이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 의 가치관, 문화, 생각이 은연중에 드러나며, 우리는 그로부터 어떤 사회의 단면도 엿볼 수 있다. 나는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개개 인의 ‘존재’가 모이고 흩어지며 관계를 맺는 사회의 모습을 집을 통해 시각화한다. 서로 다른 색의 집들은 각각의 자아를 상징하고, 이 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장면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풍경이기도 하다. 그 조화는 단순하거나 화려한 것이 아니라, 겹겹이 쌓이고 부딪히며 서서히 스며드는 과정 속에서 피어난다.
나의 캔버스는 단순한 평면이 아니다.
이면지를 붙여 생긴 종이의 주름 위에 모래와 물감을 여러 겹 쌓아 만든 마띠에르는 삶의 시간성과 감각적 경험을 담는다. 이 텍스 처는 하나의 집을 그리는 일조차 결코 가볍지 않게 만든다. 실과 로프는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의 끈을 상징하며, 색의 그라 데이션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닮아가고 변화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표현한다.
작업의 주된 관심은 관계 안에서의 개인, 그리고 그 관계들이 얽히고 풀리며 만들어내는 공존의 풍경이다. 사람과 사람은 뜻이 맞아 쉽게 연결되기도 하지만, 충돌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그 끈을 쉽게 끊기보다는, 다가가고, 대화하고, 이해 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이런 모습이 사회가 유지되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세계관은 다양한 시리즈로 확장되고 있다.
<Blooming Colors> 시리즈는 다양한 색의 집들이 모여 하나의 장면을 이루는 모습으로 관계의 축적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다.
<Cosmos, 관계의 메아리> 시리즈는 자연과 우주의 원리를 빌려, 존재들이 흩어져 있으면서도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각각 의 집은 별처럼 혹은 자연의 요소처럼 배치되며, 색의 그라데이션을 통해 스며드는 관계와 조화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Module> 시리즈는 같은 크기의 네모 형태가 반복되며 구성되는 화면은 개개의 존재들이 모여 형성하는 집단의 은유이다. 조화 를 이루며 함께 울리는 화음처럼, 다채로운 자아들이 만들어내는 공동체의 울림을 표현한다.
각 시리즈는 다르지만, 그 근간에는 언제나 ‘사람’과 ‘관계’,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고민이 자리한다.
나는 작품을 통해 무수한 관계 속에서 지치고 외로운 이들에게 조용히 스며드는 위로를 건네고 싶다. 그리고 다양한 자아들이 충돌 하거나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우리 사회의 희로애락을 '집'이라는 시각적 언어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