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가득한 오후, 도심 속 한 레스토랑. 커다란 창 너머로 따뜻한 햇빛이 쏟아지고,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들은 고요한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듯 정적이다. 붉은 커튼이 살짝 흔들리고, 테이블 위 작은 스탠드 조명이 은은한 빛을 내뿜는다.
한 쌍의 남녀가 마주 앉아 있다. 남자는 정장을 차려입고 단정한 자세로 앉아 있지만, 그의 시선은 멀리 향해 있다.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는 듯도 하고, 혹은 이미 대화를 끝내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반면, 여자는 한쪽 팔을 괴고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곱씹는 듯한 얼굴.
그들 사이에는 차가운 정적이 흐른다. 방금 전까지 나누던 대화가 끝이 났을까? 아니면, 아직 시작되지 않은 대화가 있을까? 테이블 위 정리된 접시들과 가지런한 식기들이 마치 이 공간이 오랫동안 그대로였던 것처럼 보이게 한다.
밖에서는 차들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걷고 있지만,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두 사람,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도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듯한 공기가 감돈다.
이 만남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미처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흩어져 창문 너머 어디론가 사라지고, 결국 그들은 다시 말문을 열게 될까? 아니면, 그대로 조용히 각자의 길을 가게 될까?